경 포 호 (심재상)
저기 보급선이 끊어진 호수가 하나 있다 살아 남기 위해
자신의 미래를 삼켜버린 호수가 저기 '호수'라고 말해선
그 언저리에도 갈 수 없는 풍경 한복판 호텔과 여관이 즐비한
도립공원 문턱 딱딱거리는 매표소 등뒤에
이보우 젊은 양반 우린 마커 여기 토배기란 말요
척 보믄, 시민도 시즌엔 입장권을 사셔야 합니다
시대 언저리가 삶의 관자놀이로 들뛸 날이 과연 오겠는가 온들
어쩌겠는가 진흙처럼 부드러워진 생각들 자꾸만 바닥으로 되돌아가
아무리 멀리 걸어도 턱 끝에서 찰랑대는 물결들 작은 생채기만 핥아주는
우리 코 앞에
아따 거 증말 해두 너무 허는구만 아니 오랍들에 나가는데
입장권은 뭔 입장권, 아실 만한 분들이 왜 이러십니까
물길을 막아선 도도한 세월에 맞서
자신의 깊이를 지워버린 호수가 하나
서걱대는 갈대 소리로 우릴 호리고 있다.
시인 심재상의 <<누군가 그의 잠을 빌려(1995)>>에 수록 된 시입니다. 강릉 토박이 시인은 경포호를 '자신의 미래를 삼켜버린 호수', '자신의 깊이를 지워버린 호수'라 부르네요. 휴가철을 맞아 또 한차례 몸살을 앓아야 할 '호수'입니다.

